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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일기/👩 나의 감정과 생각

육아는 나의 몫,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 이유

by 잘라니맘 2025. 4. 16.

육아의 대부분은 나의 몫이다

육아는 둘이서 함께하는 게 이상적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기를 정말 사랑한다.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육아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는 건 아니다. 육아의 대부분은 어느새 내 몫이 되고 있다.

여행 중에도, 일상처럼 이어지는 육아

우리는 지금 세계여행 중이다. 남편과 함께 일 하고, 창업을 준비하고, 도시를 옮겨가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도 육아는 쉼 없이 계속된다. 아기와 놀고, 이유식을 만들고, 옷을 갈아입히고, 집을 정리한다. 동시에 회의에 참석하고, 글을 쓰고, 계획을 세운다. 멀티태스킹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된다. 정신이 쉴 틈이 없다.


남편은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사람이다 남편은 정말 몰입형 인간이다. 코딩에 집중하면 옆에 아기가 있어도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내가 말을 걸면 몇 초쯤 지나서 “방금 뭐라고 했어?”라고 되묻는다. 아예 듣지 못할때도 많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정은 또 다르다. 혼자 애 보고 일까지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생각은 이렇게 정리된다. “그냥, 이런 사람이구나.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지.” 그렇게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남편은 늘 바쁘다

남편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게임을 하지 않고, 유튜브에 빠지는 일도 없다. 대신 끊임없이 공부하고, 일한다. 시드니에 있을 때도, 지금 이 여행 중에도 그렇다. 나는 육아휴직 전 IT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서, 좋은 코드와 구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집중력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남편이 육아에 모든 에너지를 쏟기 어려운 것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시간과 정신력은 지금, 다른 방식으로 쓰이고 있으니까.

우리만의 방식: 잘하는 걸 더 많이 하는 것

우리는 ‘육아는 무조건 반반’이라는 원칙보다 ‘서로 잘하는 걸 더 많이 하자’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 나는 남편에 비해 그나마 육아에 익숙하고, 남편은 일과 개발에 몰입하는 데 강점이 있다. 여행하면서 비행기표 예약, 숙소 예약, 렌터카 예약, 운전 등도 남편의 몫이다.

각자의 방식과 속도는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우리가 찾은 방식이다. 육아는 완벽한 팀워크보다 불완전한 이해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를 인정해가는 과정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억울할 때는 있다

18개월 된 우리 아기가 화장실까지 나를 따라올 때면 솔직히 억울한 감정이 불쑥 올라온다. 같은 공간에 아빠도 있는데, 왜 엄마만 따라오는 걸까? 왜 나만 찾는 걸까? 그럴 땐 왜 나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귀엽고, 또 짠하기도 하다.


육아는 완벽한 균형이 아닐지도 모른다. 분명 순간순간 서로에게 서운한점도 많다. 하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게 우리가 만들어가는 가족의 모습이다.